GM의 계획에 따라 점차 안락사로 가는가? - GM대우 주요생산차종, 줄줄이 해외 현지생산
GM대우의 운명을 놓고 GM 미국 본사와 산업은행의 줄다리기가 진행되는 동안, GM 측은 “GM은 한국 시장에서의 GM대우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언급을 쏟아낸 바 있다. 최근 GM의 행보를 보면 그들의 말이 ‘구라’에 불과하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라세티 프리미어 해외생산 줄이어
우선 GM대우 회생의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라세티 프리미어가 한국 공장이 아닌 해외 공장에서 이미 생산되고 있거나 내년부터 생산될 예정이다.
영화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서도 선을 보였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한국에서만 생산되는 차종이 아니다. 올해 8월에 열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신차발표회에서 손동연 GM대우 글로벌경차개발 본부장은 “오는 12월부터 인도 공장에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생산할 예정이고 연달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콜럼비아의 GM공장에서도 생산에 들어갈 예정”(헤럴드경제 8월 20일)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한국을 빼고도 해외 4개국에서 마티즈가 생산된다는 것이다.
라세티 프리미어 역시 이미 중국·러시아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미국과 호주에서도 생산된다. GM은 올해 2분기부터 '시보레 크루즈' 소형차를 상하이GM의 선양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시보레 크루즈'가 바로 라세티 프리미어다.
또한 지난해 GM이 3억달러를 투자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설립한 러시아 공장에서도, 연간 7만5천대 생산능력을 갖고 이미 올해부터 시보레 크루즈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GM은 내년 4월부터 라세티 프리미어를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Lordstown)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뿐이 아니다. GM의 호주법인 ‘홀덴’은 이미 애들레이드에 생산라인 가설에 들어가 빠르면 내년 3/4분기부터 시보레 크루즈(라세티 프리미어)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GM대우차 군산공장에서 생산된 라세티 프리미어가 북미와 호주로 수출되었는데, 내년부터는 미국과 호주 현지 생산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GM대우차는 이미 GM의 하청생산기지로 전락해버린 상태이다. 생산되는 차량의 90%가 해외로 수출되어 GM의 세계 판매망을 통해 판매된다. 이런 상황에서 GM대우차 주요 차종의 해외 현지생산은 조만간 거대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으로 몰려올 것이다. 한국에 와서 산업은행과 협상을 주도했던 닉 라일리는 GM의 오펠·복스홀 매각 철회 후 GM의 유럽법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유럽에서만 9천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GM유럽의 총 노동자 수가 5만명이니 거의 20%를 잘라내는 ‘저승사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유럽의 오펠을 보면 한국 GM대우의 내일이 보인다. GM은 오펠을 매각하거나 파산시키는 대신 회생과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다시 말해 GM이 GM대우를 회생시킨다 해도 구조조정의 회오리바람은 반드시 불어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요 차종마저 해외 생산으로 이관하는 이 마당이라면, 회오리바람이 아니라 쓰나미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회생’이라 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입에 거미줄만 치지 않으면 살아남은 것인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 곧 죽지 못해 사는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GM의 구조조정 쓰나미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GM대우 정규직·비정규직·사무직·부품사 노동자들 전체의 단결로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