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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여, 공장작업대로!"
1920~1922년, 페트로그라드의 공산당원 공장 재배치 캠페인과 노동자들의 반응
V. 맺는 말
결국 “공산주의자여, 공장 작업대로!” 캠페인은 당과 노동계급의 간극을 메운다는 목표를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그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해 주면서 끝이 났다. 영국의 역사학자 메리 매콜리(Mary McAuley)는 대중의 소요가 일어났을 때 볼셰비키 지도부가 보인 대응은 “정부를 보통 사람들에게 연결해 줄 메커니즘보다는 정부 자체를 물리적으로 보통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가져가서 지도하는 사람과 지도받는 사람 사이에 직접적이고 사적인 연계를 만들어 내려고 시도하는 것”이었다고 평했다.
“공산주의자여, 공장 작업대로!” 캠페인도 그런 시도의 일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볼셰비키 지도부는 당을 노동계급의 통제 아래 두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체계적인 노력보다는 공산당원들을 동원해서 공장 작업대에 배치해서 당과 노동자들의 간격을 좁히려는 격렬한 일과성 캠페인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의미에서 캠페인은 “적에게 가하는 붉은 기병대식 공격”과 닮았다. 실제로 하리토노프는 공장을 전선에 비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현재 공장은 1919년에 대(對)유데니치 전선, 1920년에 대브란겔(對Vrangel) 전선과 똑같은 전선이다. ……우리는 위험한 전선에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을 보냈고, 그들은 모든 노동자-농민의 붉은 군대 병사 대중을 위한 시멘트 역할을 하고 앞장서서 대중을 이끌어 승리를 거두었다. 지금은 공장이 바로 그런 전선이다. 따라서 오늘의 구호는 “공산당원은 소비에트 기관에서 나와 공장으로!”이다.
그러나 공산당원을 공장으로 동원해서 공장 노동자의 지지를 회복하려던 당의 시도는 동원 대상이 된 공산당원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작업대 앞에서 육체노동을 하기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좌절되었다. 공장으로 되돌아가기를 꺼리는 공산당원의 태도는 단지 그의 개인적인 속물근성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만약 공산당원을 사리만을 추구하는 속물로만 파악하면,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내전이 벌어지는 전선으로 기꺼이 달려간 많은 공산당원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위계제에 있었다. 반혁명과 싸우는 전선에 동원된 공산당원은 높건 낮건 지휘관이 될 수 있었지만, 공장으로 동원된 공산당원은 일개 노동자가 되어야 했으며 또한 그것이 캠페인의 목표이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권력의 사다리를 타고 승진한 노동자는 캠페인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런 모습을 보고 실망감을 느낀 일반 노동자는 노동자 출신 공산당원을 자기와는 다른 부류에 속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을 더욱 강하게 가졌다. 즉, 노동자들은 지난날 자기 옆에서 일하던 동료였더라도 당과 정부 기관의 위계제 상부로 승진한 노동자 출신 당직자와 공직자들을 “우리”가 아닌 “그들”로 간주했던 것이다. 볼셰비키 지도자 스스로가 그런 상황을 인정하게 되었다. 스미르노프는 제16차 페트로그라드 지역 당 협의회에서 당과 노동자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광범위한 비정당 노동자 대중은 대개 우리 공산당 세포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너희”라는 구분을 합니다. 어떻게 하다가 하급 당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내가 노동자들이 그들과 공산당원 사이에 금을 긋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 보통 당 활동가들은 “예, 비정당 대중은 그렇게 금을 긋습니다”라고 말합니다.
1922년에 접어들면서 결국 공산당 지도부는 당원을 공장과 작업대에 재배치해서 당과 노동계급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캠페인의 종식이 선언된 제16차 페트로그라드 지역 당 협의회에서 채택된 당 건설에 관한 결의안은 비정당 노동자 대중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짓눌려 있으며 “나라의 생산력을 급속히 개발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대중의 의기소침한 분위기를 깨는 유일한 방법은 나라의 물질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공산당 지도부가 생산력 발전을 최우선시하는 생산력주의에 집착하게 된 것은 볼셰비키 나름의 사회주의 이론의 논리적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높은 생산력을 어려운 현실의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볼셰비키의 모습은 노동계급의 이반을 막는 올바른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는 무기력함의 반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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