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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또다시 집단살인을 부른 종교인들 -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가?
최근 한 종교집단이 신도를 폭행하여 살해하고, 이를 “부활”시킨다며 사체를 보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시신의 피부가 터지자 바늘로 꿰매고, 이른바 “생명수”를 온몸에 발랐다. 시신의 척추를 재생한다며 상체운동을 시켰다. 이미 죽은 이의 사체까지 땅에서 파내 “치료행위”를 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7년 32구의 사체와 함께 세상에 알려진 오대양사건, 95년 일본 전역을 독가스테러의 공포에 떨게 했던 옴진리교사건 등이 그 대표 사례다. 이와 같은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별 일이 다 있군” 하며 허탈감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며 이런 유형의 사건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와 노동자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종교는 노동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종교를 갖고 있다. 종교는 이 노동자들에게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행복을 내세(또는 천국)에서 얻을 수 있는 보증수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현실”에서 대안을 발견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관념” 속에서 대안을 찾으려 하고, “투쟁”이라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한 이들은 “기도”라는 방법에 의존한다.
자본가들이 종교에 호감을 갖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다수가 투쟁 대신 기도를 선택하면 할수록 자본가들의 마음은 편안해진다. 그들은 대단히 현실적이어서, 기도는 전혀 현실을 바꾸지 못하며 따라서 자본가들이 휘두르는 절대적인 권세 또한 결코 위협받지 않는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어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면 “그것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신앙으로 노동자들을 기만하여 노동조합을 혐오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는데 종교는 거의 효과가 없다. 반대로 노동자의 발목을 붙잡을 뿐이다. 거리에서 음식을 나누어주며 빈민구호활동을 펼치는 고귀한 성품의 종교인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곪은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고름을 닦는 것은 될 수 있지만, 상처 자체를 치유하는 것은 되지 못한다. 아무리 음식을 나누어주어도 그릇을 들고 기다리는 행렬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 증거다.
만일 극단적 사이비종교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종교는 유용하고 노동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동지가 있다면, 이제는 “과연 그런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물론 노동자들이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억압되어서는 안된다. 어떤 노동자가 종교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가 우리의 투쟁동지가 될 수 없다고 여기지 않는다. 종교의 차이를 떠나 우리 노동자들은 하나의 투쟁대열을 이룰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
그 점을 분명한 전제로 하며, 우리는 노동자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종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다루고자 한다. 종교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결론이 될 것이다.
무지, 공포, 숭배
우리는 종교의 기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종교의 원시적인 형태를 들여다보자.
가뭄이 들면 사람들은 기우제를 지냈다. 가뭄이 드는 것은 인간이 하늘의 미움을 살만한 짓을 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하늘의 노여움을 풀어주지 않으면 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옛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물론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이와 같은 무언가 그럴듯한 대상에 대한 숭배는 무지와 공포에서 비롯한다. 가뭄이 드는 원인을 알 수 없던 옛날 사람들에게 몇 달이고 계속되는 가뭄은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가 아닐 수 없었다. 가뭄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사람들은 기우제를 지내는 대신 물을 끌어올 수 있는 다른 수단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을 것이다. 이 점은 벼락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벼락의 원리, 전기의 원리를 파악하지 못한 원시인들에게 벼락은 “하늘이 내리는 천벌”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끝없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원시인들은 하늘을 향해 빌고 또 빌었다.
그런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전기의 원리를 파악한 인간은 이제 전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과거에는 공포와 경배의 대상이었던 것이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자연의 원리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면서 인간은 그 자연을 “인간을 위한 자연”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상징적인 행사가 아닌 한 이제 인간은 더이상 기우제를 지내지 않는다.
사회와 종교
이러한 일이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자본가들)은 거드름피우며 농땡이쳐도 나날이 불어나는 돈다발 위에서 기름진 배를 주체하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반면, 어떤 사람들(노동자들)은 평생 뼈빠지게 일해봤자 끝없는 빈곤과 불안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통스럽다. 벗어나고 싶다. 그러나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 세상은 무서워지게 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되며, 무언가 의존할 대상을 찾게 된다. 점점더 견딜 수 없는 처지로 굴러떨어지는 노동자들, 그러나 단결과 투쟁이라는 방법을 깨닫지 못한 노동자들은 이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을 잊기 위해 정신적 진통제 즉, 종교를 찾게 된다. 종교를 가짐으로써 현세의 고통을 잊고, 내세의 축복을 기다리며 사는 것이다. 그 “극단”에 광신도들이 야기하는 비극적 사건이 놓여있다.
종교에서 벗어나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내 종교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노동자는 “기도하는 것 말고도 이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기뻤다”고 말했다.
그것은 단결과 투쟁을 통해 “자본가사회의 비밀”(계급지배와 착취의 비밀)을 이해함으로써 가능했다. 이것은 자연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전기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벼락은 두려움의 대상에 불과했지만, 그 비밀을 깨닫자 전기는 “인간을 위한 것”이 되었다.
사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자본가사회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때 그것은 “도무지 알 수 없고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두려운 세상”일 뿐이다. 반면 우리가 자본가사회의 착취의 비밀, 계급지배의 비밀을 깨닫는다면,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방향으로 전진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이 사회는 더이상 두렵고 도피하고 싶은 대상이기를 멈출 것이다. “쟁취해야 할 세계”가 될 것이다!
과학의 깃발을 들고 노동해방의 길로!
자연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공포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켰다. 자본가사회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통해 우리 노동자들은 고통의 뿌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의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그 자연을 “인간을 위한 자연”으로 만들어가듯, 사회의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이 사회를 진정으로 전체 인간을 위한 공동의 사회로 만들어갈 수 있다. 정말로 현실의 고통을 끝장내고자 한다면, 노동자들은 노동해방의 과학으로 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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