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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의 운명, 아래로부터의 결단으로 개척하자!
최근 노동운동의 특징은 낡은 것의 붕괴와 새로운 것의 탄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는 하나의 시대와 결별하고 있다. 두텁게 덮여 있는 투쟁 회피와 단사주의, 개량주의, 관료주의의 낙엽층을 뚫고 새롭게 올라오고 있는 싹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싹들이다. 우리는 이 싹들의 성장과 개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결정적 과업과 마주치고 있다. 2005년 상반기 투쟁의 핵심도 바로 이 과업 속에서 검토해야 한다.
떠오르는 새로운 가능성
비정규직 투쟁과 나란히 중소기업 노동자 투쟁이 새로운 것의 주축으로 본격 가세하고 있다. 비정규직 투쟁이 여러 고비를 거치면서도 꾸준히 대중화되는 것과 나란히 중소기업 투쟁은 금속노조 투쟁을 중심으로, 그리고 구조조정(그것도 폐업의 위협)에 맞선 부품사 신생노조들의 투쟁을 중심으로 새롭게 부활할 것이다. 이 두 흐름은 당분간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을 위한 두 기둥으로 우뚝 서면서 전체 노동운동을 선도할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비정규직 투쟁이, 중소기업에서는 자동차업종 부품사 노조 투쟁이 운동을 선두에서 재건하면서 결합하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에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흐름이 가세할 것이다. 비정규직 분야에서는 건설, 학습지, 화물, 보육교사 등 수백만에 달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 확산되고, 중소기업 분야에서도 수백만이 포괄된 영세 중소사업장의 투쟁이 본격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노동운동이 새로운 분야로 널리 확장되면서 천사백만 노동자의 구심으로 서는 발판을 마련해가야 한다.
물론 이 새로운 흐름과 함께 대기업 정규직 노동운동이 가세해야 노동운동은 완전한 혁신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 대기업 정규직 노동운동이 대중적 기세로 진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당분간은 이 혁신의 두 흐름과 연대하면서 운동의 물꼬를 터나가는 정규직의 소수 투사들만이 대기업 정규직 운동을 홀로 이끌어나갈 것이다. 이후 한편으로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대중적 진출이 본격화됨으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대기업 노조의 안정성까지 위협할 만큼 자본주의 위기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운동 속에서 혁신의 대중적 물결이 부상함으로써 거대한 새로운 운동이 우렁찬 탄생을 선포하게 될 것이다.
명실상부한 총파업
최근 몇 년 동안 <총파업>은 마치 연례행사처럼 선언되었고, 실제로 집행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위력을 느끼지 못할 만큼, 소위 총파업은 최근 유명무실한 껍데기로 전락했다. 가장 부실한 지점은 총파업이 공장과 기업, 지하철을 멈추는 강력한 형태로 거의 표출되지 않았고, 또한 <질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는 결연함이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작업을 멈추는 파업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파업 참가자들의 일부만이 파업집회 혹은 지역집회에 참가하는 맥 빠진 양상이 연속해서 나타났다. 이런 총파업은 노동조합 관료층의 협상력을 보존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할 뿐, 노동자의 전투학교로서 총파업다운 면모를 획득할 수 없다.
명실상부한 총파업은 아래로부터 거세게 터져 나오는 대중적 투쟁의 강력한 물줄기를 통해서만 길이 닦이고 비로소 탄생할 수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나고 강력한 지도자들도 총파업을 선언을 통해 위로부터 만들어낼 수 없다. 총파업은 그 이전에 상당 기간 진행되는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연대의 대대적인 확산을 전제로 해서만 성립할 수 있다. 이런 아래로부터의 토대가 없는 상태에서 위로부터 선포되는 총파업은 <전쟁>이 아니라 <흉내내기 전쟁> 혹은 <멀리서 간헐적인 함포 사격을 하는 하나의 위력시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총파업은 이제껏 노동운동에 직접 조직되지 않았던 방대한 노동대중을 자기 주위에 결집할 때만 성립할 수 있다. 총파업이 노동운동에 거대한 의의를 갖는 것, 그리고 총파업이 노동해방을 향한 본격적인 출정의 시작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가오는 4월 투쟁의 국면이 이러한 총파업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나아가서 상당 기간 동안 우리가 이러한 총파업의 가능성을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아직 그럴만한 예열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이런 총파업을 밀어붙일 수 있을 만큼 새로운 힘이 아래로부터 성숙하지 않았으며 운동의 대중적 확산도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4월 투쟁은 이런 총파업을 향해 차곡차곡 힘을 모아나가는 출발점의 하나로 간주해야 한다. 이것은 관료층의 총파업 선언을 학수고대하다, 총파업이 맥없이 끝나거나 심지어 철회되기까지 하는 상황 앞에서 거듭 실망하면서 주저앉고 마는 불행한 일을 막아낼 것이다.
새로운 힘의 성장을 향하여!
명실상부한 총파업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향한 토대를 닦아나가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관료들의 협상의 압력용 캠페인이 아니라 자신의 투쟁력과 연대, 의식성에 확고히 의지해서 작더라도 견고한 발걸음을 내딛고 주도력을 가지고 상황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면 투쟁들이 더욱 견결하게 전개되게 해야 한다. 투쟁사업장들의 아래로부터 연대망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관료층이 어떤 배신을 저지르는가와 무관하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자기 힘에 의지해서 전선을 밀어나가면서, 그 성과를 자기 내부로 모아야 한다. 그리고 이 힘을 토대로 이후 투쟁을 더 전면화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이런 투쟁의 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관료층의 배신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주체로서 온갖 희생을 감수하고 투쟁할 것>임을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을 통해 우렁차게 선포해야 한다. 이것은 4월의 공방전이 어떻게 마감되느냐와 무관하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기 힘이 닿는 한 모든 것을 실천했고, 당장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이것은 투항해서가 아니라 단지 아직 힘이 부족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하는 노동자의 사기를 보호하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상반기 투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될 투쟁사업장들의 연대망을 조직적으로 더 안정화하고, 대중적 연대망으로 더욱 확장하면서 이후 중요한 고비에서 투쟁하는 노동자의 힘을 대변할 조직적 무기로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업이다.
민주노총 관료들에 의해 껍데기 총파업이 선언되느냐 여부와 무관하게,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들로부터 탄생하고 있는 이 새로운 힘의 축적, 그리고 이 새로운 힘 주위로 대기업 정규직 선진 투사들의 엄호부대를 결합시키면서 관료층을 포위해나가는 작업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낡은 것의 붕괴에 고통스러워하지 말자. 낡은 것에 매달리고 울부짖지 말자. 낡은 것의 붕괴는 새로운 것의 성장의 거름일 뿐이다. 거름을 먹고 새로운 싹을 틔우는 새싹의 강인함을 의심하지 말자. 작더라도 새로운 것의 확대 강화에 희망을 걸고 다가오는 시대를 자신감 있게 맞이하자. 2005년 상반기 투쟁은 그 출발점이다!
아울러 이 점도 분명해져야 한다. 87년에 본격 탄생해 10년 동안 거대한 잠재력을 보여준 기존 운동이 이런 비참한 결과를 맞이한 이유의 뿌리에는 <쇠퇴기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조합 앞에 노동해방으로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자본주의 체제 내에 머물 것인가라는 절대 도망칠 수 없는 선택의 문제>가 놓여 있다. 이 갈림길에서 기존 운동은 자본주의 체제에 갇힘으로써 결국 협조주의의 길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 협조주의가 지금의 비참한 모습을 잉태한 어머니다. 그렇기에 노동해방운동의 깃발 아래 새로운 싹들을 결집하는 것, 그것은 이 싹들이 전환기를 견디어내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가를 가름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노동해방 투사들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두로 우뚝 서야만 하고, 또한 반드시 그렇게 설 것이다.■
|국제|
중국 노동자들이 일어서고 있다!
2003년 11월에 발행된 ≪미래연대≫ 25호의 한 기사에서 우리는 중국자본주의의 발전과 실업률 증대가 불러올 결과를 이렇게 예측했다.
“산업의 발전과 나란히 실업노동자들의 대열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가 이미 쇠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와 삶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쇠퇴하는 자본주의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삶이 해체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저항은 불가피하며, 부분적이고 은밀한 저항은 곧 공공연하고 대중적인 투쟁으로 자라나게 된다. 중국에서 곧 펼쳐질 상황은 바로 이 공공연한 투쟁이다.”(≪중국이 보여주는 자본주의와 노동운동의 장래≫)
그 ‘공공연한 투쟁’이 지금 중국을 뒤덮고 있다. 4월 11일 저장성 둥양시에서는 화학공장 유독가스 피해에 맞선 노동자들의 항의시위로 경찰과 충돌,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6일에는 광둥성 둥관의 노동자 3,000여명이 파업을 벌였다. 같은 광둥성 선전시의 한 공장에서는 20,000여명의 노동자들이 1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쓰촨성 다저우시에서도 1,000여명의 철강노동자들이 공장경영자 부패척결을 외치며 18일부터 농성을 벌였다.
가장 최근의 중국노동자투쟁을 알리는 이 소식들은 물론 아주 단편적인 사실만을 보여준다. 당국이 엄격하게 보도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투쟁은 외부에 알려지지도 못한 채 은폐된다. 그럼에도 노동자 투쟁이 매우 거대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중국의 지배계급 정당인 공산당은 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시위 자제를 요구하는 논설을 계속 내보냈다. ‘안정이 가장 귀중하다!’가 이들의 구호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자본가 관료들의 당인 중국공산당이 공식보도를 통해 ‘안정’을 호소할 정도라면, 최근의 노동자 투쟁이 미치는 파급력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외부로 보도되는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중국지배계급의 두려움
중국의 각 공장에는 ‘공회’라고 하는 일종의 노동조합이 이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국가관료집단의 기구로서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어용노조다. 노동자들은 이 어용노조를 넘어 자주적인 독립노조 건설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지배자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지배계급의 군사적, 이데올로기적 통제(가령 현 정부가 노동자 민중의 정부라는 새빨간 거짓말)를 뛰어넘어 대대적인 자주적 조직화로 나아가고, 그 결과 중국에 커다란 정치적 격변이 발생할 것을 겁내고 있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보장, 해고반대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투쟁에 대해 경찰과 군대를 투입하여 진압함으로써 중국 지배계급은 자신의 억압적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들의 투쟁은 곧 우리의 투쟁
대립이 격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중국공산당은 자본가 정당으로서의 실체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게 될 것이다. 대중 속에서 ‘중국의 가짜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이 분쇄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노동자들은 결국 1920년대 중국의 위대한 노동해방 전통을 복원할 것이며, 국제노동운동의 당당한 주체로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런 전망은 한국노동운동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자본가들은 경제위기에 탈출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중국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자본주의와 중국자본주의가 거미줄처럼 엮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히 미래에 대한 예견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노동자들의 투쟁은 곧 우리의 투쟁”이 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중국노동자들의 투쟁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들과 손을 맞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곧 우리의 동지적 의무이기도 하다.중국노동자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그들의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초점 ①|
현자 불법파견투쟁을 전국 노동자투쟁의 불꽃으로!
현대자동차에서 불법파견에 맞선 노동자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투쟁은 단순히 현자에서 일어나는 단사투쟁이 아니다. 이 투쟁은 지금 전국 노동자투쟁의 뇌관이자, 사방팔방으로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의 본격적 분출을 선도하는 시발점이다. 이것은 관료주의와 교섭주의에 멍들어있던 한국노동운동을 연대와 투쟁으로 이끄는 결정적 교두보가 될 것이 분명하다.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
원칙적으로 검토할 때, 노동자투쟁이 합법과 불법의 문제에 집착한다는 것은 재앙이다. 자본가의 사적소유권, 그리고 이윤의 무제한적 축적은 합법적이다. 손배나 고소고발, 직장폐쇄 등도 합법적이다. 우리는 현재의 법률이 자본가의 이윤과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노동자투쟁의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높아지지 못하도록 억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 노동운동의 요구는 비정규직제도의 완전한 철폐, 나아가서 임금노예제도 자체의 철폐이지, 불법적 비정규직제도에 국한된 반대는 절대 아니라는 점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진리가, <자본가 법률을 활용하는 것이 노동자투쟁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의 마지막 한 구절까지도 이용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불법파견 반대투쟁(불파투쟁)은 그 예가 될 수 있다. 아직 대중적 진출의 초기단계에 놓여 있고,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 자본에 강력한 타격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계약해지나 도급업체 폐업 등 합법적이고도 가공할 만한 자본의 무기가 도처에 깔려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은 시동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발판을 요청한다.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을 노동조합 대중화,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신감 증대의 수단으로 초기에 이용해야 할 필요성도 거기서 비롯된다.
현자 비정규직투쟁의 의의
자동차산업에서는 아직까지 여러 곳에서 불법파견 형태로 비정규직이 정규직 공정에 투입되고 있다. 때문에 불법파견을 고리로 하는 투쟁의 전선에서 비정규직투쟁을 선두에서 밀어나갈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노동자들이 바로 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현자 비정규직투쟁이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의는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의 자주적 진출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원과 협력을 끌어내는 주도적인 역할까지도 비정규직노동조합이 담당하고 있다. 이 투쟁을 계기로,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의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전진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며,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은 대공장 노동운동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단숨에 도약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투쟁은 전국 비정규직투쟁이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총파업투쟁의 뇌관이다. 이 총파업 투쟁의 기세와 자신감, 현실화 정도에는 지금 전개되고 있는 현자 불파투쟁의 성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운동, 나아가서 계급적 노동운동의 전진이라는 측면에서도 이 투쟁은 의미심장하다. 실리주의화되고 단사주의화되고 있는 대기업 노동운동의 전형이라 할 만한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운동에서 불파투쟁으로 비정규직노조가 쏘아올린 투쟁의 불화살은 적극적 반전의 계기다.
모든 진실한 정규직 투사들은 그간의 관성과 나태, 불철저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비정규직노조 투쟁에 적극 연대하고 엄호하면서, 현장에 계급적 단결의 기운을 과감히 확산시켜야 한다. 당장의 직접적인 성과가 무엇이든, 이런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현자 정규직 노동운동은 소중한 도약대를 쟁취할 것이다.
이번 현자 불파투쟁은 대단한 잠재력을 갖춘 의미심장한 투쟁이다. 이 투쟁의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자. <현자 불법파견투쟁을 전국 노동자투쟁의 불꽃으로!>가 2005년 상반기에 모든 노동자 투사들이 기필코 쟁취해야 할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안기호 위원장 구속을 비롯한 온갖 탄압, 생활 압박, 경비로 위장한 깡패들의 폭력 등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수개월이 넘도록 굽히지 않는 투쟁의지로 전진하고 있는 현자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뜨거운 연대의 인사를 전하며!■
|초점 ②|
대덕사 투쟁 사수!
부품사 구조조정에 맞선 강력한 저항선을 치자!
폐업에 맞선 대덕사 동지들의 투쟁을 시작으로 자동차 원·하청 자본의 부품사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이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최근 불거진 바이백 지침(현대, 기아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중국 부품을 매출액의 일정비율만큼 수입할 것, 중국공장 설립을 강요하는 것 등)은 부품사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의 신호탄이다.
사회적 필요에 따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윤만을 목표로 생산하는 자본주의 이윤경쟁체제는 연간 2,000만 대가 넘는 과잉 자동차제품을 토해내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 4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경쟁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피 말리는 국제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자-기아로 대표되는 한국 원청 자본은 이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중국에서 값싸게 부품을 만들어 국내로 역수입함으로써 비용절감을 시도한다. 중소부품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도 강화하고 있다. 부품 비용 절감은 완성차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납품단가 인하, 이중개발, 부품업체 통폐합 등을 필사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더 결정적인 공격은 다름 아니라 이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노동자의 유일한 무기인 민주노조들을 고사시키고 와해시키거나 온건화하는 것이다. 원청 자본은 비정규직 투쟁이 완성차 업체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부품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악랄한 착취 강화로 만회하려 한다.
이처럼 격화되는 자본주의 경쟁과 완성차업체의 압력 속에서 부품사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강력한 공격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이윤율을 사수하려 발악하고 있다. 부품사 자본은 살기 위해서라도 완성차 업체의 지속되는 납품 단가 인하 요구를 수용해야만 한다. 한국 부품사들 사이의 격화되는 경쟁, 여기에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저가 중국 부품과의 경쟁은 압착기처럼 부품사 노동자들을 쥐어짤 것이다.
다가오는 재앙
현대모비스, 위아, 카스코 등 핵심 부품사는 생산시설을 크게 확장하고 중소 부품업체들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그에 반해 대다수 영세부품 업체들은 폐업하거나 생산을 전면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핵심부품사 몇 개를 제외하면, 나머지 부품사들은 고용과 임금지불능력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다. 부품업체 자본가들은 지금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인건비를 줄이고 고용규모를 축소하며 민주노조를 짓밟는 악랄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 부품사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생존권을 사수하지 않는다면 2~3년 안에 대량실업과 생존권 박탈을 피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격화되는 모순과 부패, 타락, 강화되는 착취 속에 겨우 생존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희생양이 될 수 없다. 자본주의의 강도 같은 공격에 맞서 노동자들은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이런 투쟁을 먼저 대표하고 있는 것이 지난 2월말 폐업한 울산 대덕사(30년간 차체 생산)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이 투쟁은 부품사 노동자들이 단호한 반격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사수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전초기지다.
대덕사 투쟁이 승리한다면 많은 부품사 노조들이 원하청 자본이 요구하는 임금과 근로조건 개악, 해고, 폐업 등의 공격을 인정하지 않고 투쟁으로 돌파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부품사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 앞에 완성차 노조가 침묵한다면, 그리고 대덕사 노조에 대한 공격에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전체 부품사 민주노조들이 강력하게 연대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분열되어 하나씩 처참하게 머리통이 깨져나갈 것이다.
다행히도 대덕사 동지들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부품사 전체에 대한 공격이므로 대덕사가 앞장서서 투쟁하겠다. 그리고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받겠다>라며 노동자의 자존심을 걸고 장기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 투쟁을 자동차산업 노동자 전체의 공동투쟁으로 발전시켜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승리를 위해서 먼저 투쟁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산업공동화 저지, 국내투자 확대, 부품사 육성 대책 등 노사협조주의적이고 중소자본의 이익을 대행해주는 몰계급적인 요구가 아니라 노동자 생존권 사수, 정리해고 반대, 노동조건 악화 반대, 폐업과 매각에 맞선 생존권 사수, 민주노조에 대한 공격 분쇄 등 현장의 절실한 요구를 정면에 내걸고 작더라도 실질적인 연대투쟁을 확산시켜야 한다.
산업공동화 저지 요구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사수하려는 선한 의도가 담겨 있지만 결국 산업 살리기, 회사 살리기로 이어지고 노사협조주의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구호다. 자본가들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 공장을 살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알아서 고통을 떠안고 자발적으로 생산에 협력하며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나아가서 그들은 파업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하며, 노조는 온건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공동화 저지 구호는 여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 구호는 노동자의 운명을 자본과 국가의 운명에 종속시킨다.
투쟁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우리가 내세워야 할 요구는 분명하다. 우리나라 산업을 지키고 산업공동화를 막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노동자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권리를 방어하고 쟁취하기 위해서 투쟁할 뿐이다. 만약 우리가 공장의 해외이전에 반대한다면, 그것은 <노동자 다 죽이는, 노동자 생존권 박탈하는> 해외이전이기 때문일 뿐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흉내내기 투쟁, 무늬만 파업이 아니라 실질적인 투쟁, 파업다운 파업을 대담하게 조직해야 한다. 원청 라인이 멈추는 것을 겁내서 물량을 미리 다 뽑아준 뒤에, 혹은 납품해야 할 물량들은 기본적으로 생산하는 가운데 벌이는 투쟁을 통해서 현장 조합원들이 단련되고 연대투쟁으로 전진하며 투쟁적 노동자로 힘차게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에게 심각한 타격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개하는 박제화된 파업에서 긴장감, 전투적 의지, 노동자의 대의에 대한 확신이 대중적으로 움틀 수는 없다. 이때 파업은 노동해방의 학교가 아니라 교섭의 압력판 정도로 형편없이 추락한다. 이런 관성과 투쟁회피가 금속노조, 부품사 노조의 투쟁력을 이제껏 계속해서 갉아먹어왔다.
자본의 전면적인 공세가 본격적으로 개시되는 지금, 모든 종류의 회사 살리기, 단사주의를 뚫고 자동차 부품사 선진 활동가들은 단호한 투쟁으로 전진해야만 한다. 흉내내기 파업을 뚫고 원청 라인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단호하고 대담한, 명실상부한 파업의 전통을 기필코 되살려야 한다. 단 하나의 민주노조라도 파업의 권리를 실제로 행사했다는 이유로 손배, 고소고발, 폐업을 당할 때, <모두가 단결해 저항하리라! 저 사업장이 무너지면 우리 모두가 무너진다>는 필사즉생의 각오로 공동 파업투쟁에 돌입함으로써 전노협 운동을 재건하고 힘찬 반격을 개시해야 한다.
나아가서 부품사 노조들과 함께 자동차 대공장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투쟁을 하나로 꽁꽁 묶어야 한다. 현자비정규직노조, 현대아산사내하청, 전주비정규직, 대우차 창원 비정규직지회와 노조 결성을 준비 중인 기아현투단 등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 부품사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하나로 결합시켜 투쟁의 제1전선을 건설해야 한다.
여기에 원청 완성차 노조의 정규직 활동가들이 전면 결합하면서 자동차산업 공동투쟁전선 건설을 향해 힘찬 시동을 걸어야 한다. 선진 활동가들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곳에서부터 원청 라인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실질적인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이 투쟁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 공동투쟁기구를 조직해 나가야 한다. 이 공동투쟁기구는 아래로부터의 연대투쟁을 더 강하게 더 굳세게 만들어내는 구심이 될 것이다.
크고 작은 현장투쟁을 자본의 심장을 겨냥한 불화살로, 파업다운 파업으로 대담하게 확대하자! 투쟁하는 대덕사 노동자들을 지원하자! 연대하자! 자동차업종의, 전국 노동자들의 강력한 연대투쟁전선으로 자동차 자본가들의 가증스런 공격을 박살내자! 그래서 노동자는 한줌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언제든지 폐기처분되는 부품이 아니라, 사회의 당당한 주역임을 만천하에 당당히 선포하자!■
|초점 ③|
폐업에 맞선 금강 노동자투쟁이여,
승리의 불꽃으로 타오르라!
중년의 고참노동자들은 대개 폐업으로 인한 고통을 경험해왔다. 직접 당한 것에 주위에서 경험한 폐업까지 더하면 수차례가 될 것이다. 냉혹한 경쟁의 정글체제이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모순에 스스로 봉착하는 낡은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폐업은 그 시기만 다를 뿐 모든 노동자들에게 필연적으로 닥쳐온다. 특히 80년대 후반 이후 IMF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제가 위기의 수렁에 빠질 때마다 폐업의 광풍이 노동자들을 덮쳐왔다.
폐업은 공장과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와 자본가에게 동등하게 덮치는 재앙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계급에게 폐업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자본가에게 폐업은 스스로 몸을 불살라 죽고 잿더미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전설 속에 새인 피닉스처럼 다가온다. 그들은 낡은 공장과 업종을 정리하고 더 많은 이윤이 보장되는 새로운 곳으로 자본을 이동한다. 최악의 경우에도, 그들은 벌어놓은 재산이 있으므로 생계를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폐업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는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폐업은 몸서리치는 불안과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직장을 잃어야 하고, 대개 실업자가 되거나 아니면 훨씬 열악한 조건으로 재취업을 해야만 한다. 가정이 붕괴되고 부랑아 신세를 강요받으며 자살의 벼랑으로 떠밀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폐업은 저주나 다를 바 없다.
책임은 저들에게 있다
하지만 저주받아야 할 대상은 노동자가 아니다. 그것은 멀쩡한 노동자와 기계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고통을 강요하는 무능력한 자본주의 체제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은 폐업과 그에 맞선 투쟁을 새로운 사회건설을 위한 노동자의 출격이라는 견지에서 원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곧 보상이나 고용을 보장받는 것에만 시야를 고정시키지 않고 착취경쟁사회를 극복하는 투쟁으로까지 상승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폐업은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재앙과 죽음의 그림자가 아니라 낡아빠진 착취경쟁체제를 폭로하고 대담하게 노동자 생존권을 쟁취해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폐업에 맞서 투쟁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학살자가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사형을 선고받게 하는 참혹한 현실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노동자의 자존심과 분노로 투쟁한다. 그러나 이 투쟁은 개별 자본가에 맞선 투쟁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문제의 해결책은 전체 자본주의 경쟁체제에 맞서 노동자의 생존권을 쟁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당히 높은 결의와 의식, 연대를 필요로 하기에 노동자들은 거듭 좌절해왔다. 그리고 좌절된 투쟁의 누적된 경험은 지속적으로 폐업투쟁에 나서는 노동자들에게 장애물이 되었다. 노동자들은 회사 살리기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투쟁의 진정한 방향을 찾지 못해 흩어지고 말았다.
장애물을 넘어
이제는 이런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이것은 사양화되고 있는 화섬업종에서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동차 부품사 구조조정에 따른 금속부품사의 임박한 대량폐업에 맞서기 위해서 더욱더 중대한 과제다. 금강화섬투쟁은 폐업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새로운 출정을 알리는 위대한 신호탄이다. 금강화섬 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 약점도 있지만 폐업투쟁의 훌륭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폐업선포에 맞서 <우리가 공장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정신으로 공장을 점거하고 자본가들을 압도하고 있는 점, 폐업의 책임을 자본가 개인을 넘어 정부와 자본주의에 돌리고 <임금, 고용, 노동조합 승계>라는 단호한 노동자의 관점과 투쟁력에 철저히 의지하고 있는 점, 투쟁사업장 연대로 전진의 돌파구를 열어가고 있는 점 등은 금강화섬 동지들이 열어낸 위대한 전통이다.
금강화섬투쟁은 더욱 전면적으로, 더욱 계급적으로 전진해야 한다. 그래서 향후 수많은 폐업노동자들이 바로 <금강화섬 노동자들이 보여준 길을 따라 투쟁해야 한다>고 뒤따를 수 있는 등대가 되어야 한다. 전국 노동자 동지들! 폐업에 맞서 노동자의 자존심으로 저항하고 있는 금강화섬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엄호하자! 그래서 폐업 앞에서 공포에 떨어야 할 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바로 자본가임을 똑똑히 보여주자!■
|정치|
독도문제에서 우리의 깃발은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다!
일본 시마네 현이 조선침략 100주년을 기념해 <독도의 날>을 제정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거세게 일어났다. 자본가 국회는 4월 26일 <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민주노동당조차 독도에 군대를 파견하자고 제안했고, 당 학생위원회는 독도에서 농성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는 효과적이고 올바른 수단일까? 과연 노동자 투사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본자본주의 위기의 산물
일본 시마네 현의 <독도의 날> 제정은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평화헌법 개정 기도,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추진, 한국·중국·러시아를 상대로 한 영토분쟁 등 일본이 저질러온 총체적 제국주의 책동의 일환이다. 일본이 한국,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제국주의 책동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20년을 넘긴 장기불황과 높은 수준의 청년 실업률 등 심각한 경제위기, 그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고조가 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중국이 경제, 정치, 군사적으로 놀랄만큼 빠르게 성장하면서 일본의 지위를 크게 위협한다는 점도 있다. 이것은 최근 불거진 독도분쟁이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전반적 모순의 한 표현임을 정확히 보여준다.
20세기 전반부에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는 자본주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파시즘과 제국주의가 등장하여 세력을 급속히 확대했다. 그 역사가 지금 되풀이되려 하고 있는 것 같다. 날로 모순을 증폭해가고 있는 쇠퇴기 자본주의가 문제의 근본뿌리다. 일본의 군국주의 강화,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 만들어 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을 제압하려는 미국자본주의의 욕망(이것은 일본을 UN 상임이사국으로 적극 추대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반일 감정을 이용해 마찬가지로 군국주의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자본주의 모두는 이 쇠퇴기의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공통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동지와 적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겉으로는 노무현 자본가정부가 일본정부의 우경화에 강력히 항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때에 따라 서로 다투더라도 노동자를 착취하는 데서는 완전히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노무현은 대통령 취임 초기 일본을 방문하여 공개적으로 <과거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한·일 FTA를 통해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여 노동자를 죽이는 데서는 두 나라 지배자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한다.
그런 노무현 자본가정부가 독도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한국 노동자계급을 민족주의 광기로 사로잡기 위해서일 뿐이다. 폭력경찰을 앞세워 민주노조운동을 무참히 짓밟고,
전체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버릴 비정규직 법안 개악을 밀어붙여도 노동자들이 민족주의에 눈이 팔려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려는 것이다.
노동자계급 대 자본가계급이라는 진짜 대립전선을 보지 못하고 <한국 대 일본>이라는 민족주의적 대립구도에 사로잡혀 한국 자본가정부와 한 몸이 되는 가련한 처지로 굴러 떨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 애국주의 캠페인에 농락당하면서 일본노동자들과 한국노동자들이 분열되는 것을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 노동자들에게는 국적을 막론한 단결만이 있을 뿐이다!
어떤 이들은 일본에 침략 당했던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제시대의 민족주의와 지금의 민족주의는 확연히 다르다. 일제시대 피억압 조선의 민족주의는 부당한 억압에 맞선 정당한 항거라는 진보적 성격을 지닐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엄연히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이며, 세계 12위의 경제강국이고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해외진출을 통해 타국 노동자들까지 맹렬히 착취하는 아류 제국주의 국가다. 따라서 지금 한국 자본가계급의 민족주의는 역사적 진보성을 상실하고 반동성만을 강하게 띠고 있다.
지금의 한국 자본가계급의 민족주의는 한국 노동자계급을 무의식과 혼란의 늪에 빠뜨리고,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이름 아래 노동자 착취를 강화하고 노동자들이 거기에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완전히 반동적인 민족주의일 뿐이다. 노사정 교섭에서 자본가와 그 정부 관료들이 매일 매시간 <국가경제를 위해 노동계가 양보하라>고 주문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반동적 민족주의에 노동자계급은 절대 휩쓸려서는 안 된다.
노동해방
노동자계급은 <독도는 우리 땅>을 열심히 외치면서 반동적 민족주의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우렁차게 외치는 국제주의 투사가 되어야 한다. 지금 동북아는 그 어느 지역보다도 더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경제, 정치, 군사적 갈등이 첨예한 격전장이자 화약고다. 노동자들이 자본가들과 한패가 되어 반동적 민족주의에 휩쓸려 버린다면 이 화약고는 폭발하여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한국 노동자계급을 순식간에 재앙으로 몰아넣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한국 노동자계급에게 굳건한 국제연대의 관점은 세계노동자계급의 일원으로서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전쟁과 군사파시즘의 재앙으로부터 구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자본주의 격전장, 제국주의 화약고를 노동해방의 산실로 바꾸어내는 데서만 우리는 격화되는 세계적 위기와 군사적 대립 속에서 노동자계급과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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